남원식당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남원식당은 베트남 음식 전문점이다. 제주공항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만 이동하면 만나볼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제주시내 골목상권 식당이라서 전용 주차장은 따로 없다. 적절히 골목길에 차량통행에 방해되지 않게만 잘 주차하면 좋을 것 같다.
남원식당이 흥미로운 점은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 한식으로 분류가 되는데 아마 이전에 남원식당이라는 상호로 한식메뉴를 팔았던게 아닐까 싶었다. 매장을 방문해 보니 남원식당이라는 간판 옆으로 전복뚝배기라고 적혀있어 아마도 베트남분이신 사장님께서 기존 가게를 이어받아 디테일을 변경하지 않으시고 그냥 운영 중이신 거라 생각된다. 같은 일반음식점의 분류이니 영업신고상의 문제는 없겠노라 믿어본다.
매장은 상당히 아담한 편이며, 메뉴구성 역시 심플하다. 소고기 쌀구수인 '분보', 돼지고기와 쌀국수가 함께 제공되는 '분팃넝', 돼지고기와 밥이 함께 제공되는 '껌승', 그리고 '반미'를 포함해 총 4가지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상당한 쌀국수 애호가인 본인은 당연히 쌀국수를 주문하였고 면 메뉴를 골랐으니 밥이 함께 나오는 껌승도 같이 선택하였다.
어지간한 쌀국수집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짜조나 닭봉과 같은 사이드 메뉴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심플한 메뉴 구성으로 사장님이 편안하시다면 뭐라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쌀국수
현재 거주중인 동네에 정말 애정하던 쌀국숫집이 사라져 마음이 몹시 아팠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방문하게 된 남원식당에서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쌀국수를 만났다는 점은 정말로 고무적이다.
쌀국수가 기본적으로 살짝 빨갛게 제공되어 혹시 매운 쌀국수인가 싶었지만 어린이들도 먹을 수 있을정도로 매운맛이 지배적이지는 않았다. 매운 향이 살짝 가미된 정도랄까?
넉넉하게 올라간 소고기는 사장님의 인심을 대변하는 것 같았고 고기가 퍽퍽하거나 잡내나는거 없이 쌀국수와 함께 곁들이기에 손색없이 너무 훌륭했다. 푸짐하게 올라간 고수의 양에서 베트남 사장님이라는 점을 다시금 실감하였고 무엇보다 국물을 한 숟가락 들이켰을 때 오래간만에 만나는 맛있는 쌀국수의 느낌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테이블 한켠으로 레몬즙과 매운 소스인 사테소스가 준비되어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반드시 무조건 절대 쌀국수에 추가해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기본적인 국물이 훌륭해서 이미 괜찮은 쌀국수이지만 저 두 가지를 만났을 때 굉장한 시너지를 불러일으켜 미슐랭이 부럽지 않은 일품요리가 된다.
숙주도 양이 상당해서 거의 면 반, 숙주 반의 느낌으로 먹게되는데 남원식당의 독특한 점은 쌀국수 면이 일반 소면처럼 상당히 가늘다는 점이다. 가끔 넓은 면의 쌀국수에서 호불호가 나뉘는 모습을 종종 봐왔는데 한국인에게 익숙한 소면 느낌의 가느다란 쌀국수 면은 불호가 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줬다.
껌승
고추장 불고기의 동남아 버전인가 싶은 돼지고기와 밥이 함께 제공되는 껌승은 메뉴 이름부터 재미있다. 맛도 굉장히 재미있는데 익숙한 맛이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의 돼지고기라서 먹는 데 있어서 전혀 거부감이 없다. 쌀국수 덕분에 같이 곁들일 국물도 있겠다, 맛있는 돼지고기와 밥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짜조와 같은 사이드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메인메뉴들의 맛이 너무나도 훌륭해서 다시 찾고 싶은 남원식당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계속 시원하고 청량한 맥주 생각이 간절했는데 사이드 메뉴는 안 하더라도 사장님 제발 맥주 판매해 주시면 안 될까요?